지금 이 회고를 쓰는 것처럼, 빈 백지를 맨 처음 마주하는 일이 제일 막연하고 버겁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이 시간을 잘 썼다고 스스로 느낄 수 있을지 늘 고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제 앞의 백지를 채우기도 급급한데, 이번에는 8명의 팀원들의 백지에 밑그림을 그리는 입장이 되어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그 백지의 밑그림을 모두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자만이었습니다. 서로의 백지를 맞들어주는 과정에서 오히려 저 역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거친 기획을 매끄럽게 풀어내고 다른 팀원들의 작업에 미칠 영향까지 고민하는, 막내온탑 민주
전체 브랜드 정체성을 뽑아내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은, 용감한 자연
단 한 번도 이거 구현 안된다고 말하기는 커녕 되게하는 방법을 먼저 찾아오는, 든든한 윤호
비즈니스 로직과 사용자 경험 사이를 오가면서, 기획이 놓쳤던 허점을 짚는, 예리한 시운
프로젝트 전반의 어디에서 강약조절을 해야할지 알고 팀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시원시원한 은서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와 이슈를 파악하고 팀에 전파하면서 동시에 웃음도 더하는, 발빠른 정원
막연한 상상을 구체적인 실제 동작으로 이어지게끔 복잡한 로직 사이 빈틈을 메꾼, 꼼꼼한 지나
추상적인 요구사항이 들어와도 언제나 귀기울여 듣고 팀내 장난도 센스있게 비트는, 반전의 영진
각자 다른 무기를 가지고 있었기에 팀 전체가 새로운 관점을 얻기도 했고, 때로는 그 다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고민하며 저만의 백지도 조금씩 채울 수 있었습니다. 4개월 매순간이 참 좋은 선물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함께 맞들고 있는 백지들은 로켓이라기보다는 명백히 종이비행기에 가깝습니다. 언젠가 비행을 끝내더라도, 오래 여운이 남는 비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비행까지 저도, 여러분도 조금 더 높이 멀리 날 수 있도록 잘 모시겠습니다. (이건 여러분께 과제를 더 드리겠다는 말입니다ㅎㅎ) 그럼 계속 잘 부탁해요!
